고스렐리아가 주로 먹는 것은 플랑크톤이었다. 고스렐리아가 그 외의 것들을 사냥하고 있다면 그것은 오직 재미를 위한 일이었다. 재미를 위해 상대를 기절시키고, 재미를 위해 상대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고스렐리아는 여기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다. 상대에게 무리가 갈 정도의 장난은 절대 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스렐리아는 귀신같이 다치지 않을 만큼만 상대를 괴롭혔다.
그날도 고스렐리아는 재미를 위해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었다. 포자 속에 쪼그려 앉은 몸을 욱여넣고 있다가 벌떡 일어나 물고기를 놀라게 만들기도 하고, 독침이 달린 촉수로 물고기를 감싸 마비시키기도 했다.
“벌써 서른 마리째야. 잘하면 오늘 최고 기록 세우겠는걸!”
고스렐리아는 백 마리를 사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물고기 떼를 노렸다. 물고기 떼가 지나가는 자리에 독침을 풀어 한꺼번에 기절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려면 때를 잘 잡아야 했다.
“조금만 기다리자, 조금만…!”
고스렐리아는 물결 방향이 물고기 떼 쪽으로 바뀌길 기다렸다가 바뀌는 순간, 얼른 독침을 풀었다. 그러자 수십 마리의 물고기가 볼링핀처럼 차례로 기절하기 시작했다.
“한 마리만 더…! 한 마리만!”
마지막 한 마리가 배를 보이자 고스렐리아가 촉수를 움켜쥐었다.
“야호! 드디어 최고 기록 경신이다!”
고스렐리아가 사냥의 재미에 취해있을 때였다. 저 멀리 거대한 물고기 한 마리가 입을 쩍 벌리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진공청소기처럼 빠른 속도로 주변에 있는 물고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러다 기절한 물고기 떼도 잡아먹힐 것 같았다.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순 없지! 내 사냥감이라고!”
고스렐리아는 독침이 달린 촉수로 물고기를 휘감았지만 물고기 비늘에 촘촘하게 박힌 따개비 때문에 독침이 통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고스렐리아는 물고기의 입속에 촉수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목구멍의 여린 살에 독침을 발사하였다. 물고기는 조금 꿈틀거리더니 입을 벌린 채로 마비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아직 소화되지 않은 물고기들이 우르르 밖으로 빠져나왔다.
고스렐리아는 쌤통이라는 얼굴로 홀쭉해진 물고기의 머리를 퉁 내리쳤다.
“그러게 누가 남의 사냥감을 넘보래?”
<aside> <img src="https://prod-files-secure.s3.us-west-2.amazonaws.com/5f1c07de-36eb-4b26-853a-c0feb6059f07/6bf16908-9624-4def-a013-1d4e4940ea7b/gothrelia_00_e_egg_bk.png" alt="https://prod-files-secure.s3.us-west-2.amazonaws.com/5f1c07de-36eb-4b26-853a-c0feb6059f07/6bf16908-9624-4def-a013-1d4e4940ea7b/gothrelia_00_e_egg_bk.png" width="40px" /> 이 알은 말랑하고 독을 품고 있다.
</aside>